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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지리산 중산리 주차장 차박여행 / 지리산 천왕봉 정복

by 나를단련 2020. 7. 23.

지난 화요일에 여행과 등산을 마치고, 지리산 계곡 주차장에서 글을 쓰려다가 업로드에 문제가 발생해서 4시간 동안 몇 번의 시도를 거치다가 이제야 글을 완성한다. 이런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뭔가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는 싶으나 주변 환경과 여건이 잘 받쳐주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좌절하는 경우가 많았던 거 같다. 그럼에도 끝까지 해야 할 것은 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글을 시작해 본다.

마라톤, 철인 3종경기, 지리산 등반의 공통점이 있다면 혼자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함께 준비하고 함께 동행해 줄 수는 있지만, 결국 앞으로 나가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다. 사전에 훈련을 통해 준비되어 있으면 조금 수월한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완전히 온 체력과 정신력을 의지하며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그만큼 성취감이 높은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렵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 같다.

이번 휴가 일정이 장마기간이라서 어디를 갈지 많이 고민되었다.
다행이도 일기예보를 보니 화요일 하루가 맑은 날씨로 되어 있어서, 마음속에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지리산과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정해 일정을 세워보았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육지에서는 제일 높은 산이며, 민족의 영산이라고 불리고, 최초, 최대의 국립공원이라서 정말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유튜브에서 태백산맥과 남부군 영화를 보고 나니 더욱 지리산이 어떤 산이길래 빨치산이 활동했을까? 하는 궁금함도 생겼다.
어디로 올라갔다가 와야 당일 등반이 가능할까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중산리에서 칼바위로 올라가는 코스가 가장 짧은 코스로 나와서 차박여행도 하면서 다녀오기로 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낯선 장소에서 하루를 잔다는 것에는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이제껏 그랬듯이 그런 생각은 기우에 가깝고 새로운 장소에 가면 그 장소만이 주는 잔잔한 감동이 있다. 그게 여행의 특히 차박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월요일 저녁을 먹고 짐을 챙겨 출발했다. 창원에서 중산리주차장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린다.

밤 10시가 넘어서 도착한 중산리주차장은 산속이라 캄캄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가로등이 많이 설치되어 있어서 주변이 환했다. 또한 첨단(?) 무인 주차시스템으로 나올 때 자동으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승용차 기준 일일 주차료는 5천 원이었다. 주차면은 충분히 넓고 안전하게 되어있어서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잠잘 준비를 했다. 화장실도 매우 깨끗하게 잘 되어 있었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가까이에 계곡이 흐르고 있어서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총 등산시간은 대략 8~9시간 걸리기 때문에 아침에 7시쯤 일어나서 준비해 올라가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잠을 청했다. 한참 자다보니 장마기간이라서 그런지 밤에 빗소리에 두어 번 깨었다가 다시 잤다. 새벽녘에 사람들 소리가 시끄러워 시계를 보니 3시 30분이었다. 4명 정도의 남녀가 산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차박을 위해서는 차를 화장실에서 조금 더 떨어뜨려 주차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했다. '명산이라서 일찍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며 나는 지리산의 첫 산행이니 무리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다시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늘을 보니 다행이 일기예보대로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차에서 이렇게 즉석식품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먹었다. 바닥에 매트를 깔면 침상이고 매트를 접고 나무판을 놓고 간단한 조리를 할 수 있는 식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침식사를 하고 등산할 준비를 마치고 이제 드디어 출발을 했다.
지리산 국립공원이라고 쓴 표지판을 보며 올라가기 시작하니까 마음이 설렌다.


이런 길들 너무 좋다. 초록초록한 길. 마음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요 며칠 비가오고 어젯밤에도 비가 내려서 그런가 계곡에 물이 넘쳐난다.
멀리 지리산 봉우리는 구름에 가렸다. 산세가 깊어서인지 골짜기도 깊다.


잠시 여러 길들을 감상하며 가볍게 올라간다.


잠시 올라가다 보면 통천길이라는 출입문이 나타난다.
'통천길'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하늘로 향하는 문인 것 같다. 이곳을 지나면 진짜 지리산 등반이 시작된다.
통천길을 통과하니 잠시 긴장이 되었는지 오른쪽 다리에 쥐가 난다. '하! 처음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얼른 다리를 풀었다. 아마도 긴장했었는가 보다.


즐겁게 올라가다 보면, 칼바위라는 곳에 다다른다. 칼바위는 바위가 마치 칼날 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인 것 같다.
이곳에서 첫번째 갈래길이 나오는데 나는 로터리 대피소 방향으로 올라갔다.


여기서부터는 조금씩 힘들어져서 아무 생각 없이 풍경이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어가며, 올라갔다.
잠시 사진 찍어놓은 등산로를 감상하며 따라 올라가 본다.
그동안 이산 저산에서 볼수 있었던 모든 등산로를 지리산에 가면 한 번에 다 볼 수 있는 것 같다.
정말 등산로가 아기자기 하다.
올라가면서 힘들 때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
'길을 만든 사람들도 있는데... 잘 만들어진 길을 그저 따라 올라가는 것을 힘들다고 하면 되겠나?'
어젯밤 비가 많이 와서 그런가 길이 매우 습하고, 물기가 있었으며 미끄러운 편이었다.


어느덧 로터리대피소까지 왔다.
이곳에서 잠시 쉬고 물을 보충한다.
법계사까지 오면 약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정상까지는 반 정도 온 거리다.
법계사도 둘러보고 싶었지만, 그 정도의 심적 여유는 없어서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가 보기로 한다.


이제부터는 등산로의 경사가 심해진다.
이제까지도 오르막이었지만 계속 오르막이다. 진짜 하늘 꼭대기로 올라가는 계단 같다.
심정지와 실족사고가 많이 나니 조심하라고 하는 경고 간판도 눈에 띈다.
이제는 날씨도 맑아지기 시작해서 안개도 걷히고 햇살도 간간히 드러난다.


어느덧 정상에 거의 다 다다르니 하늘이 열리고 구름과 내가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등산로도 위로 하늘이 보인다. 숨은 턱에 차오른다. 힘이 들어서 세 걸음 이동하고 숨 한번 쉰다.
노란색의 마지막 계단을 힘겹게 올라간다.


드디어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 다 달았다.
정상을 도착했다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한 멈춰진 사진에서는 표현할 수 없지만, 시원한 바람과 모였다 흩어지는 운무는 정말 예술이다.
4시간 이상을 오르느라 치친 생각도 잠시 잊고, 인증샷과 함께 정상의 느낌을 충분히 만끽했다.


벌써 12시가 넘었다.
정상이 시원하지만 정상에서 점심식사를 하기에는 너무 햇살이 따가워서 좀 더 이동해서 먹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은 다른 길로 가고 싶어서 장터목대피소 방향으로 내려갔다.
올라올 때 보다 1시간가량 더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번 기회가 어쩌면 마지막일 수 도 있겠다 싶어서 다른 길을 택해본다.
그러나 역시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살면서도 여러 선택지가 있는데, 새로운 선택에는 두려움도 있지만 그곳에서 주는 유익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선택이었다. 정말 올라올 때와는 다른 색다른 멋진 풍광에 감탄이 나왔다.


통천문이라는 곳도 통과해 본다. 지명의 유래가 하늘과 연관되어 있는 것을 보니 무언가 영험함을 연상시키려는 듯했다.


점심식사는 장터목대피소까지 와서 먹을까 했었지만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려서 적당한 그늘진 곳을 찾아 먹었다. 오늘 점심은 죽과 믹스커피이다. 믹스커피는 따뜻하게 마시고 싶었지만 아쉬운 대로 찬물에 흔들어 먹는 것도 산에서 마시니 꿀맛이다. 먹고 기운 내어 또 열심히 내려가 본다.


드디어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다.
올라올 때 로터리대피소는 정상까지 반쯤 이동한 거리였지만, 이곳은 1/3 정도 내려온 거리였다.
이제부터는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올라오는 사람이 없었다.


내려오는 내내 계곡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렸는데, 하산로가 계곡에 이어지는 구간이 있었다. 너무 더워서 마음 같아서는 풍덩 빠져 신선놀음(?)을 하고 싶었지만, 아쉬운 대로 얼른 모든 짐을 던져두고 발을 담갔다. 정말 차가워 정신이 바짝 든다. 머리와 발을 씻고 나니 하산의 피로가 조금은 가시는 듯하다.
여긴 정말 눈과 귀와 몸이 모두 시원해지는 곳이다.
내려오는 길이 너무도 지치고 힘들었지만 여러 가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에 감탄과 위로를 삼으며 겨우겨우 한 걸음씩 이동해왔다.


내려오다 보니, 갑자기 날이 어두워지고 운무가 뽀얗게 끼어 마치 신비한 느낌마저도 든다.
계곡이 깊어 자연의 여러 모습이 신비롭다.


통천길이라고 쓰여있던 문을 통과하며 지리산 등반은 완료되었다.
9시간 정도의 긴 시간이었다. 많이 지쳤다. 그래도 성취감이 높았다.


하산 후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전에 사두었던 샤워텐트를 꺼내 주차장 내 차 뒤에 펼쳐두고 화장실에서 PET병에 수돗물을 담아다가 씻고, 옷을 갈아입으니 너무 개운했다.
주차요금은 1일 5천 원으로 총 1만원이 나왔는데, 중산리계곡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무료인데, 어제 중산리계곡 주차장에서 1박을 하고 올라왔으면 5천원 아낄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녁은 너무 지쳐서 중산리 계곡에 식당에서 돼지국밥 한 그릇 사 먹고 누웠다.
오늘은 이곳에서 차박 2일 차를 보낼 예정이다.

2020년 7월 21일 화요일 흐림

이어서 위에 올리지 못한 지리산의 아름다운 사진 몇 장 더 남겨본다.


두번째 지리산 등반
https://nadan-who.tistory.com/m/419

지리산 등산기(백무동-천왕봉)

230527(토) 흐림 두 번째 지리산 등반이다. 평상시 둘레길은 다니나 산 정상은 잘 가지 않는다. 그래도 매일 러닝머신 3~5km 정도를 꾸준히 하고 있기에 교회 같은 또래 성도가 지리산 등반을 권했을

nadan-wh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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