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별것 아닌 선의 - 이소영 / 어크로스 / 2001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의 글을 보는 것 같았다.
지금 성장의 진행형 속에 있다고 할까?
그럼에도 작가의 프로필은 화려하다.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독일에서 연구교수로 그리고 지금은 제주대학교에서 사회교육과 교수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왜 작가가 진행형 속에 있다고 느꼈을까?
그것은 아마도 프로이지만, 프로인 것을 드러내기 보나는 내면의 완성되지 못한 부분들을 살짝살짝 보여주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연약한 부분은 과감하게 보여주지 않는 반면, 이소영 작가는 연약한 부분을 보여주면서 잔잔한 공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이 글은 작가가 매일매일 기록한 일기장에서 꺼내온 것 같다.
그 오랫동안의 이야기들을 아름답고 잔잔하게 연출해 나간다.
그리고 신문에 게재한 것을 이렇게 책으로 나오기 까지...
작가 나름대로의 몇 가지 주제어를 가지고 풀어낸다.
그 일상은 주로 주변인 이야기, 책 이야기, 영화 이야기 등등.
실제 작가의 삶은 공부 열심히 했던 사람으로 관계가 깊지는 않은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몇가지 주제어는 목차에서 볼 수 있다.
1. 별것 아닌 선의
2. 우리를 지탱해주는 것
3. 타인의 고통을 마주할 때
4. 다가감을 멈추지 않기를
5. 삶이라는 투쟁담
6. 생의 반짝이는 순간
그중에서 작가는 '별것 아닌 선의'가 인상 깊었는가 보다.
그것을 제목으로 정했다.
1. 별것 아닌 선의
첫 번째 주제어에서 나는 '귤 몇 개와 치즈빵 한 덩이'를 가지고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작가가 택시를 탔는데, 택시에 기사와 아내가 함께 타고 있다.
양해를 구하며 아내가 우울증이 와서 바람 좀 쐬어 주려고 한다고 했다.
학교 캠퍼스를 지나며 서로가 알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주머니가 귤을 건넨다. 작가도 답례로 치즈빵을 건낸다.
그리고 집에서 귤을 먹다가 <백의 그림자>라는 소설을 기억해낸다.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그림자가 일어선 사람들?
왜 그림자가 일어섰을까? 아마도 그림자가 이야기하는 것을 묘사하는 가 보다.
그 삶의 무게가 무거워 그림자들이 서로의 상처받은 그림자들끼리 모여 식사를 한다.
작가는 소설 속의 그림자들을 생각하며, 귤을 전해준 택시기사와 아내를 떠올린다.
성냥팔이 소녀가 켠 성냥같이 찰나적 온기를 매일매일 느끼고 싶은가 보다.
그런 것이 별것 아니지만 작가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선의로 오는 것이다.
2. 우리를 지탱해 주는것
우리를 지탱해 주는것
특별히 지속적인 관계가 없었던 교수님,
어느 날 그 교수님과 조교로서 짧은 만남의 장면이 생각났다.
그런데 그 교수님의 부고에 문상을 가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 문상을 했다.
그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네가 학자로서 어떻게 커나갈지 내가 지켜보고 있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런 잔잔한 기억이 작가를 지탱해 주는 힘인 것 같다.
나를 지탱해 주는 에피소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
3. 타인의 고통을 마주할 때
찰나의 선의
아프리카 구호 광고에 나오는 연예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작가가 연예인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의 변화를 받았다는 이야기이다. 인터뷰를 하는 연예인은 "오늘 내 행동이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어도, 한 명 더 먹이는 데는 보탬이 될 수 있다." 작가는 차가운 심장에 뜨거운 물을 붓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나 역시 이 글을 볼 때 성경의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늘 마음에 부담이 되지만 지금은 그저 작지만 그 작은 일들로 변화되어갈 날 그려본다.
4. 다가감을 멈추지 않기를
관계의 밀도
대학원 조교 시절 긴장하여 자주 체하던 때가 있었다.
교수님이 체해서 책상에 엎드려 있던 작가를 보고 문자메세지로 어디에 약 있으니까 찾아 먹으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즐거움은 즐거움으로 고마움은 고마움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선배들의 약손들과 선생님의 약이 생각난다.
결국 그 밀도는 다르게 기억으로 남는다는 이야기이다.
5. 삶이라는 투쟁담
삶이라는 투쟁담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
스토너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읽고 세상이 다른 빛으로 변하는 강렬한 경험을 했다. 그러나 '소네트의 의미가 뭐지?'하는 교수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다. 큰 결실을 맺지 못하는 노력들이 누적된 삶, 삶의 투쟁담이다.
작가는 되바라진 아이에서 그 책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투쟁담으로 남고 싶은 마음을 갖는다.
사람이 무엇을 이해하는 데는 때가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 안에 깊히 들어가서 고난을 경험했을때 비로소 이해가 된다. 방향이 정해진다.
6. 생의 반짝이는 순간
생의 가장 반짝이던 순간
이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중 다른 교수님이 자신이 연애한 이야기를 한다. 두번만에 만나 결혼한 이야기.
"제가 정말이지 꼭 안아주고 싶어가지고" 하며 소년같은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 <원더풀 라이프>에서 세상을 떠날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고르는 장면, 그것이 생에 가장 반짝이던 순간일까?
나의 생에 가장 반짝이던 순간은?
기억의 사진 한장을 준비해 본다.
내가 첫 아이를 보며 '하얀 백짓장 같은 아이에게 무엇을 그려나갈까' 하며 기대했던 나의 모습이다.
끝으로,
작가의 잔잔한 이야기에 함께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실제 작가는 삶속에서의 경험 보다는 그런 작은 경험을 통한 영화와, 책 이야기가 다수를 이룬다.
그렇지만 그런 작은 이야기를 크게 풀어 나가는 작가의 글쓰기에 감탄을 하고, 그것이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글을 쓰면 작은 것을 자세히 보는 눈이 열린다.
사소한 것이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런 눈을 가진 작가에게는 선의로 보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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