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여행 : 창녕함안보 ~ 낙단교 주차장
치열했던(?) 1박 2일의 차박, 국토종주 스탬프 여행을 기록으로 남긴다.
지난번 '자전거 여행' 책을 읽고 여행을 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어떻게 실현할까 생각을 하고 찾던 중 스탬프 여행이 재밌을 것 같아서 창원시 둘레길 스탬프 여행과 자전거 국토종주 스탬프 여행을 나의 여행 방법으로 정했다. 물론 스탬프를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스탬프라는 수단이 들어가면 여행에 목적의식을 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내 여행의 다른 점은 기존 스탬프 여행이 체력적인 부분의 비중이 많았다면, 나는 체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대신 사람과 주변을 좀 더 보고 글로 남기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몇 번의 짧은 여행을 가족과 시험 삼아해 보고 드디어 홀로 나왔다.
지난번에 양산 물문화관을 스탬프로 찍고 돌아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창년함안보 부터 시작하면 되었는데, 일요일 저녁식사를 하고 9시에 출발했다. 아내는 왜 위험하게 밤에 가느냐고 편하게 자고 환할 때 출발하라고 했지만 내가 부득이 밤에 출발하는 이유는 하루 자고 나면 의지가 약해질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비가 온다고 예보가 나와서 차 안에서 먹을 즉석음식들을 간단히 챙겨서 출발했다. 오지에 도착하면 혹시 기름이 떨어지면 난감하므로 주유소를 들러 채우고 출발했다. 내가 좋아하는 카카오 맵을 통한 내비게이션을 켜서 어차피 빨리 가는 게 내 목적이 아니니까 제일 짧은 길을 선택하고 출발했다. 한참 달리다가 보니 느낌이 이상하여 계기판을 보았다. '앗! 냉각수 온도가 올라가네?' 평상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냉각수 온도계가 막 올라간다. 이동하면서 두 번 정도 차를 세우면서 갔다. 엔진이 과열될까 봐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은 매우 좁고 비포장길도 나오고 경사가 심했다. '아,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며 매우 조심스럽게 목적지인 창녕함안보 주차장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차박을 고려해서 사전에 카카오 맵의 주변 사진 보는 기능을 이용해서 찾이놨었다. 창원에서 한 시간 남짓 걸려 도착했는데, 가로등이 있었음에도 너무 외져서 캄캄했다. 더구나 밤 10시가 지나면서 가로등 조차도 꺼져버렸다.
일단 차안을 대충 정리하고 가족들과 정해놓은 매일 성경책 읽기를 위해 카카오톡 보이스톡을 켜서 윤독을 했다. 다행히 요즘엔 데이터가 안 터지는 곳이 없어서 연락은 다 되는 것 같다. 날씨만 좋으면 달도 별도 봤을 텐데... 하고 잤다. 비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 습도가 높았지만 창문을 살짝 열어 놓은 상태에서 휴대용 선풍기를 틀고자니까 잘만했다. 온도계를 보니까 25도 정도였다. 그런데 만약 비가 왔다면 다리 아래쪽 주차장에서 차박을 하는 것은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만일 비가 왔었다면 조금 더 위험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밖에서 잠자리가 조금 불편해서 그런지 새소리에 일찍 일어났다. 차박은 내부 잠자는 자리를 평탄하게 하는 것과 평탄한 곳에 차를 주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면서 나도 모르게 몸이 한쪽으로 뭉치게 된다. 어쨌든 바닥은 평평해서 그런대로 잘 잤다. 일어나자마자 어제밤 문제를 일으켰던 냉각수 온도 올라가는 게 생각나서 아쉬운 대로 생수를 보충했는데 한 컵 정도 보충되었던 것 같다.(그 원인 때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는 과열되지 않았다) 일어나 보니 이쪽 편에는 화장실이 없어서 강 건너 창녕함안보 인증센터로 갔다.
인증센터에서 스탬프를 찍고 화장실이 열려 있어서 세수 등을 했다. 따뜻한 물과 비데는 이런 노지에서는 정말 과분했다. 자전거길 앱을 켜놓으면 자동으로 앱에서 온라인 스탬프가 표시되었다. 뭐 주변에 들렀다 갈곳이 있을까 보니 창녕 우포늪 정도가 있었는데, 몇 번 갔었던 곳이어서 다음 코스인 합천창녕보로 이동했다. 이곳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킥보드를 꺼내 한 바퀴 돌아보고 차에서 어제 아내가 싸준 볶음밥을 꺼내 먹었다. 주변이 너무 시골이라서 먹을 것을 잘 챙겨간 것 같다. 합천에서는 해인사를 갈까 했었는데 해인사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서 다른 기회에 가기로 했다.
현풍에 나와 같은 업을 하는 친구가 있어서 연락하고 지나는 길에 사무실에 들렀다. 오랜만에 만나니 반가왔다. 40대인 우리의 고민이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어보니 선명해진다. 나이 들어 기운이 떨어지신 부모님들 생각,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자녀들의 진로에 대한 생각, 우리 스스로 건강과 미래에 대한 생각들로 공감을 나누었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한 후 또 다른 대구에 사는 친구랑 약속을 잡아놓고 달성보, 강정고령보 인증센터에서 스탬프를 찍었다. 모두 시설이 아주 잘 되어있고 코로나 19 이후에 시설을 부분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아쉬운 점은 월요일에 휴무하는 시설들이 많아서 개장을 했음에도 휴무로 운영하지 않는 곳이 있었다. 강정고령보도 킥보드를 꺼내 주변을 돌아보았다. 대구 지역이라서 그런지 비교적 다른 곳에 비해 나온 사람들이 조금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많은 것이 정지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이곳 자전거 국토종주에 거쳐가는 물문화관의 전시관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지나는 사람들도 줄었다. 어쩌면 황량하기 까지도 하다.
4대강 사업을 논하기엔 지식이 부족하지만 옛날에도 나라가 물을 잘 다스려야만 발전할 수 있었는데 지금 보는 넓은 강의 모습은 잘 정비된 것 같다. 물론 장단점이 있겠지만 자전거 길로서는 좋은 것 같다.
수변에는 아름다운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잘 관리가 되고 있는데 이용하는 사람들은 안 보인다. 누구를 위한 수변공원 일까? 생각해봤다.
대구 친구는 오랜만에 만났는데 외국제약회사 영업사원이다. 이 친구는 페이스북에 맛집을 연재할 정도로 미식가이며 글 재주꾼이다. 덕분에 베트남 쌀국수의 진수를 만날 수 있었다. 잘 얻어먹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생 이야기도 잘 들었다. 오랜만에 몇 시간을 좋은 음식과 커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예보되었던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가 오니까 마음이 바빠진다. 일단 다음 코스인 구미보로 갔는데 7킬로 정도 이동하여 돌아오는 코스라서 패스하고 바로 낙단보로 향했다. 비는 많이 오고 낙단보에는 주차장이 좁아 겨우 스탬프를 찍은 후 낙단교 아래 주차장에서 차박을 할 셈으로 저녁식사는 차에서 즉석식품으로 하고 간단하게 씻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글을 적는다. 그런데 비가 많이 와서 처음엔 낭만적인 빗소리로 즐거웠는데 점점 무서워진다. 주변은 어두워지고 빗소리는 커지고 강물은 점점 올라오는 것 같다. 자리를 이동해야 하나?
오늘 밤은 무사히 잘 지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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