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간 '자전거 여행 - 김훈' 책을 읽고 가슴이 뛰었다.
내 주변에는 어디 가면 사진이 남는 거라면서 어떤 곳을 도착하면 매우 바쁜 속도로 사진을 남기기 바쁜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산에 가서도 경치 좋은 기암절벽에 감탄할 시간도 없이 사진 찍고 다음 사진 찍을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김훈 작가의 책은 어느 지역에 가면, 그곳에 온전히 몰입하여 자신의 사유를 글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에 감동이 되었다. 특히 자전거를 통해 적당한 속도로 이동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는 모습에 매료되었다.
내가 그런 작가와 같은 글을 써낼 수는 없지만 나도 그런 경험을 해 보고 싶어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어떻게 어디를 갈지 정하고 어떤 방법으로 나만의 여행과 감동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러던 중 요즘엔 자전거 길이 잘 정비되어 자전거 국토종주라는 것을 사람들이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국토종주 수첩을 구매해서 스탬프를 찍어가며 이동하여 코스를 완주하면 선물을 주는 등의 성취감도 맛보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국토종주 스탬프 구간이 40~50km 나 되어 시간이 없이 짬 짬 이로 여행해야 할 내게는 차를 타고 이동해서 자전거 한 구간을 다녀온다는 것이 방법적으로 너무 어렵다는 결론에 수첩 없이 그 스탬프 구간을 차로 이동해서 주변을 돌아보고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방법으로 성취감을 가질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내와 대화를 해보니 그래도 스탬프로 찍으면서 이동하면 결과가 눈에 보이니까 더욱 성취감이 있을 것이라는 조언에 그럼 차를 타고 인증센터에서 스탬프를 찍고, 킥보드로 주변을 돌아보고 다음 인증센터로 이동하는 방법을 해야겠다고 정했다. 휴가가 가능할 때는 그동안 준비한 차박을 해가면서 가용한 휴가 기간 동안 이동하고, 마치면 다음 기회가 있을 때 이어서 계속 진행하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제 방법이 정해졌으니, 제일 가까운 인증센터에 방문해 볼까?' 하고 일단 나서 보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은 '낙동강 하구둑 인증센터'이다. 현장에서 국토종주 수첩을 구매할 수 있으면 바로 구매해서 스탬프도 찍고 와야지 하고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섰다.
이 여정이 얼마쯤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김훈 작가처럼 이제부터는 현장에 몰입해서 기쁘게 즐기고 그 여운이 가시기 전에 글로 남기겠다고 큰 포부를 갖고 시작해 본다.
'자전거 국토종주 수첩'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4,000원대에 판매되고 있고, 더불어 '자전거 행복 나눔'이라는 모바일 앱을 보면 국토종주 자전거 길을 포함한 전국의 자전거 길이 지도로 잘 나와 있다. 앱에서 보니까 부산 을숙도에 있는 '낙동강하구둑인증센터'가 제일 가까우면서도 출발지점이기도 하다. 승용차로 약 50분 걸렸다.
도착하니까 흐린 날씨 탓인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잘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한편에 차를 대고 걸어 들어가보니 원래는 '낙동강 문화관'에서 자전거 국토종주 수첩을 판매했었는데, 코로나 19 사태로 인하여 임시휴관을 했고, 수첩은 인터넷으로 구매하라는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코로나 19 사태가 아니고, 날씨가 좋았다면 사람들이 많았을 듯하다. 시설이 잘되어 있는 넓은 공원에 빨갛게 칠한 공중전화 부수에 '자전거길 낙동강 하굿둑 인증센터'라고 서 있었고, 내부에 지도와 스탬프 찍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오늘은 아쉽게도 자전거 국토종주 수첩을 준비하지 못한 관계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출발선이라서 그런지 멋진 표지석과 'Let's Go!'라고 써놓은 결승선 기념물도 있었다. '야~ 여기서 자전거를 타고 출발한다는 말이지? 그거 도전하는 사람은 진짜 많이 설레겠다'하며 공원을 한바퀴 돌았는데, 넓은 공원을 참 잘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근처 맛집을 검색해 보니 '홉스피제리아 다대포점'이 가까이 눈에 띄어 그곳으로 갔다. 혼자였다면 대충 먹을 듯했는데 모처럼 아내와 함께 나오니 먹는 것도 신경 써야 했다. 특별히 기대 없이 갔는데, 몰운대 아파트 단지가 높은 언덕에 어우러져 있었으며, 창쪽에 앉으니 마치 전망 좋은 호텔 스카이라운지 같았고, 오늘 날씨가 흐려서인지 아니면 이 동네가 자주 그런 건지 해무가 살짝 드리워진 사이로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모래무지가 신비로이 보인다. 오랜만에 식사도 맛있었다.
문득 '몰운대'가 뭘까 하며 검색을 해보니 구름에 가리워지는 섬 정도로 해석이 되는 것 같아서 '아~ 이곳은 원래 이렇게 해무에 가려지는 동네구나'하고 생각했다. 밥을 먹고 이제 어디를 갈까 하며 의견을 나누니 가까운 다대포 해수욕장이나 가자고 정해져서 얼마 안 걸려 도착했다. 부산하면 해운대, 광안리, 송도 해수욕장만 생각했었는데, 창원에서 이렇게 가까이 이렇게 좋은 해수욕장이 있는 줄 오늘 처음 알았다. 아직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파도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고, 해변에서 가족단위로 모래놀이 등을 하고 있었다. 해안 주변으로는 산책로가 너무 잘 되어 있다. 산책로는 공원처럼 되어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 산책도 하고 즐기는 모습이 좋았다. 오랜만에 듣는 파도소리 '쏴~아, 쏴~아' 정말 좋다.
한 바퀴 돌았으니 이제 돌아가야지 하며 저 건너편을 쳐다보니, 몰운대라고 한자로 적혀있는 표지석이 보여 가보자고 했다. 몰운대 유원지로 관리되고 있는 곳으로 몰운대는 몰운도라는 섬이었는데, 흙이 퇴적되어 다대포와 연결되었고, 안개와 구름이 끼는 날에 그 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몰운대라고 한다. 그 앞에 식당과 편의점등이 많았다. 입구 쪽 편의점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시켜 들고 잘 만들어진 촉촉한 산책로를 따라 초록 초록한 나무를 보며, 시원한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이동할 수 있는 좋은 길이다. 이 길에 갈매길 코스도 포함되는 것 같았다. 약 1시간 정도 높지 않은 편안한 길을 아내와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땀을 흘린 좋은 곳이었다.
다음엔 자전거 국토종주 수첩을 꼭 휴대해서 찍고 이동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이 여정이 내 인생에 즐거운 활력소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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