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어느 날 지진으로 인해 도시가 무너졌다.
유일하게 한계 아파트 동이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추운 겨울날이어서 집을 잃은 사람들은 그 아파트 단지로 몰려든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불쌍해서 받아들여 줬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식량 등 자원이 부족해지면서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표자를 뽑아 자치조직을 구성 하여 아파트를 보호했다.
그리고 외부인들을 쫓아보내며 자신들끼리 똘똘 뭉쳤다.
아파트 밖에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외부인들을 바퀴벌레라고 불렀다.
아파트 내 외부인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울타리를 쳤고 보초를 섰다.
점점 더 동대표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은 힘이 생겼고, 자원의 배분도 기여도에 따라 불공평 해졌다.
주인공 명화는 대표가 주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파트 주민들의 갈등이 고조되었을 때 그 사실을 폭로했다. 동대표는 실제 주민이 아니었지만 자신의 기여도가 크다고 여기며 주민보다 더 강하게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명화는 남편과 함께 자신들이 유일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아파트에서 나왔다. 그리고 아파트 밖의 바퀴벌레들을 피해 도망쳤다. 그러나 남편이 아파트에서 받은 외상이 악화되어 숨지고, 막막하던 그때 바퀴벌레인줄만 알았던 외부인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곳은 생명과 사랑이 있는 외부인들이 또 다른 자치조직을 구성해서 사는 사회였다. 아파트보다 더 평화롭고 서로 보살피고 나눔이 있는 곳이다.
영화를 보고 마음이 무겁다. 물론 이런류의 영화(시사적 내용을 다루는)는 늘 그렇다. 일상에서 생각해보지 않았던 내용을 한번 꺼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영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파트를 선호한다.
그중에서 브랜드 아파트면 더욱 좋아한다. 아파트 주민들끼리 똘똘 뭉쳐 내 아파트가 가치가 올라가길 바라고 행동한다. 불편한 점을 말하는 사람은 적대시한다.
그리고 스스로 그곳이 유토피아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감독이 그런 이기적인 마음을 드러내어 보여주고자 한 것 같았다.
아파트 울타리 밖에도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곳인데, 아파트 주민들만 모른다.
창밖에 주택지역을 바라본다.
평화롭다. 아직까지 내 시각이 왜곡되진 않은 것 같지만 내면의 소리가 내게 묻는다. '너 저곳에서 살래? 여기서 살래?' 그 질문에 이곳에서 산다는 생각과 함께,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구분 짓고 무리 짓는 욕구가 있나 하고 생각했다.
좋은(?) 소속에 들어가려 하지만 때론 그 소속이 기대만큼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정치적으로는 각자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당을 만들어 울타리를 치고 당 밖의 모든 사람들을 전투적으로 배척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결국 아파트의 가격은 아파트가 잘 지어져서도 물론이겠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성향이 경제적으로 비슷한 사람들이 비용을 내고 끼리끼리 모여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다고 해서 모든 벽을 허물고 위아더월드 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내게 필요하고 적당한 수준에서 마음을 열고 비슷비슷한 사람들과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ㅠㅠ
결국 나 역시도 그렇고 그런 인생 속에 나만의 콘크리트 장벽을 치고 유토피아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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