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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여행 : 촉촉한 봄비를 맞으며 아침산행(달천계곡~함안경계)

by 나를단련 2021. 3. 20.

모처럼 산행 약속을 잡아 놓았는데,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하면 대부분 난감해한다.
'산행 약속을 취소해야 하나?'
그렇지만 이럴 때는 마음을 바꾸면 된다.
벌써 원효대사는 해골물을 마시고 '일체유심조(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우리에게 알려주셨다.

산행 때 비가 온다는 것은 추적추적하고 찝찝한 경험이 아니라 내가 평상시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뜻밖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늘이 주신 기회이다.
특별히 동반자가 하루 전에 일기예보를 보고 하나님의 선택적인 은혜를 간구하는 기도 글을 보았을 때 '그 하나님이 우리만을 위해 특별하게 일하실까?' 하며 속으로 웃었는데, 결과적으로 우리의 산행에 예보에 비해 비가 그리 많이 오지 않음으로 창세기에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에게 노년에 아들이 있을 것이라고 약속을 주셨을 때 웃었던 사라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쨌든 토요일 7시 산행은 일반적이지 않으나, 또 다른 기쁨을 나에게 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다. 이런 약속이 없었으면, 뭐 그냥 누워 있었겠지...
안개처럼 보슬보슬 내리는 비는 공기를 정화시키는 듯했으며, 기온도 적당하다.
일행과 만나서 목표를 정상으로 잡지 않고 함안 경계까지 임도길만 걷기로 했다.
평상시 산을 자주 오르지 않는 사람들이 정상을 목표로 하면 오르는 길도 즐겁지 않고, 다녀와서도 너무 힘들다. 반면 목표를 너무 쉽게 잡으면 재미가 없어서 다음에 오기가 싫다. 그래서 음식이 간이 잘 맞아 감칠맛을 내듯이 적당한 목표 설정은 산행이든 인생이든 삶의 감칠맛을 내는 것 같다.



벌써 봄이 우리 가운데 깊이 들어와 있어서, 많은 꽃과 새순들이 우리를 반긴다.
역시 봄은 생동하는 계절이다. 파릇파릇한 잎사귀들은 마치 지구가 다시 태어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아직은 조금 이른 듯 꽃망울이 잎망울이 몽글몽글하다. 그 끝부분에 살짝 빗방울이 맺힌 그 장면은 역시 이른 아침 산에 오르길 잘했다는 생각을 준다.

코로나로 인하여 달천 고개 주차장 주변에 대대적인 개선 공사를 진행 중이다.
천주산 둘레길도 새로 만들었는지 예전에 못 보던 길들도 생겨나고 간판도 새단장을 하여 많이 개선되고 있다.
아쉽게도 올해도 코로나로 천주산 진달래 축제는 하지 못하겠지만 3월 말쯤 되면 울긋불긋 진달래 꽃이 산을 아름답게 만들어 낼 것이다. 벌써 상상만 해도 멋질 것 같다.

등산하면서 오른쪽으로는 계곡물이 흐른다. 여기도 정비를 했는지 계곡도 근사하고 물도 비교적 많다. 콸콸 흐르는 계곡물소리는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새소리도 들린다. 빗소리도 들린다. 살짝 비가 많아져 우산을 들고 가는 손에 부담이 없다. 바람은 시원하지만 아주 차가워서 기분 나쁠 정도가 아닌 기분 좋은 차가움이다.
함께 산행하는 동반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오른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언제 시간이 지났는가 하는 듯이 금방 함안 경계에 도착했다. 내려오는 길은 다시 같은 길... 같은 길이지만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의 느낌은 또 다르다. 평상시 답지 않은 여유로운 산행길... 역시 마음을 붙잡으면 여러 버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이런 평안함과 기쁨을 누릴 수는 없음에 늘 감사하다.
항상 각자의 상황과 사정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내려와서는 아침때가 되어 미리 알아본 '24시 전주 콩나물국밥' 집에서 콩나물 국밥을 먹었다.
예상외로 손님이 많았다. 역시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 오늘 같이 살짝 비 오는 날씨에 뜨끈한 국밥은 속을 시원하게 해 준다. 딱 좋다.
사는 게 늘 이렇게 딱 좋았으면 좋겠다.



오늘 같은 만남과 산행, 그리고 식사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선택을 해야 하는 데서는 늘 주저함이 있다.
그러나 그 선택에서도 역시 자유하길 기대해 본다.

내가 감당할 날씨,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 내가 즐길 수 있는 등산로, 내가 먹기 좋은 음식...
이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시는 특별한 은혜임을 고백하며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는 새로이 둘레길도 코스별로 조성된다고 하니, 자주와야겠다.

딱따구리가 사람들이 세워둔 통신탑이 나무인줄 알고 쪼고 있다. ㅠㅠ
이런길... 좋은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좋다.
달천계곡 캠핑장 공사가 한참이다. 위로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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