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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지리산 중산정류소 차박 / 해인사 팔만대장경 - 나를단련

나를단련 2020. 7. 24. 17:24

혼자 여행 2일 차이다.
화요일은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서 지리산 정상에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
어쩌면 흐린 날씨라서 더 나았는지도 모르겠다.
등산을 마치고 간단히 씻고 지리산 중산리 주차장에서 중산 정류소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전에 중산리 계곡 내려가는 길이 있어서 계곡에 몸을 담글 수 있을까 기대했었는데, 내려가는 길이 없어졌다.
더구나 비가 많이 내려서 날씨도 시원했고, 계곡에 물 양이 많아져서 물에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또한 지리산 산행 이후 몸이 많이 피로하여 쉬고 싶었다.

밤새 비가 많이 왔다.
설상가상으로 지리산 중산리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이다.
그래도 계곡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기에 물에 떠내려갈 걱정은 없다.
가까이 화장실도 있고, 급하면 사용할 물통(?)도 준비되어 있다. 참고로 물통은 입구가 넓은 게토레이 물통이다. ㅋㅋ
그러나 아침에 날씨가 좋아져서 사용할 기회는 없었다.
지난번 자전거 국토종주 여행 때 하천변에 차를 세워두는 것이 얼마나 불안한 것인지 알기 때문에 비 올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빗줄기가 다행히 가늘어졌다.
씻고 간단하게 차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한다. 이 정도면 예상했던 것보다 날씨가 좋다.
그래도 비가 오니 조금은 아쉽다.


바로 해인사로 이동했다. 중산리에서 해인사까지는 일반도로로 2시간 정도 걸린다.
홍류동 계곡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는다. '왜 입장료를 받지?'하고 생각했지만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징수이겠지.. 하고 생각하며 비용을 냈는데, 조금 이상한 점은 있다.(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사진은 네이버 지도에서 가져왔는데, 이곳부터 홍류동계곡 입구이며 요금을 징수한다.

그리고, 홍류동 계곡길을 따라 약 2km 정도 올라가면 해인사 입구가 나온다. 입구에도 역시 출입을 통제하는 곳이 있다.
이곳은 절 신도와 장애인 노약자만 통과시켜서 일주문이라는 해인사의 세 가지 문 중에 첫 번째 문까지 이동할 수 있어서 얼마 걷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바로 올라갈 수가 없어서 약 1km 떨어진 성보박물관 주차장이나 1.5km 떨어진 가야산 국립공원 주차장까지 가서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비도 오는데 ㅠㅠ 낭만적으로 걷기에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통제소로 돌아가서 비도 오고 어제 등산으로 다리가 불편하니 좀 봐주십사 하고 차를 타고 일주문까지 올라갔다.

처음엔 주차장이 어디인지 잘 몰라 일단 해인사를 보고 왼쪽으로 돌아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웠다.
여기서 해인사로 올라가는 길도 내가 좋아하는 길이다. ㅎㅎ
아주 초록초록하다. 여기서 수행하는 스님들은 공기도 좋고, 자연환경이 좋아서 좋을 것 같다.


절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절 마당에 걸려있는 수많은 연등이다. 정말 많다.


해인사는 802년 신라 애장왕 3년에 창건되었다. 그런데 창건 이야기가 전설로 전해져서 역시 오래된 절이는구나 생각했다.
전설이야기를 잠시 소개하자면(나무위키에서 발췌)
옛날 착하게 살던 노인이 떠돌이 강아지를 데려다가 정성껏 키웠는데, 사실 그 강아지는 용왕의 딸로 잘못을 저질러서 강아지가 되어 속죄하던 중이었다. 속죄를 마친 용왕의 딸은 용궁으로 돌아가 자신을 보살펴 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용왕에게서 도장을 노인에게 주었다. 그 도장은 원하는 것을 쓰고 도장을 찍으면 적은 것이 실현되는 도장이었다. 노인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도장을 쓰지 않고, 오히려 도장을 사용해 절을 세우는 비용을 댔다고 한다. 그래서 바다 해(海)와 도장 인(印)을 써서 해인사가 되었다고 한다.

구광루를 바라보며 좌측에는 종각이 있다.


호기심을 끌만한 것이 하나 있는데, 해인도라고 그려진 문양이 신라 의상대사가 만들었다고 한다. 네모 안에 꼬불꼬불 그려놓은 모양이 해인도 이다. 안내판 우측 상단에는 QR코드가 있어서 유튜브 동영상과 링크를 걸어 동영상 안내도 해준다. 찬찬히 읽어보고 비가 오고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앞마당 바닥에 그려진 해인도를 따라 걸어보았다. 마침 장맛비로 손님이 없어서 혼자 사색을 즐기기에 좋았다.


해인도를 도는 곳이 아래뜰이라면 이 아래뜰에는 카페도 있고, 템플스테이 접수처도 있다.
절이라 스님을 많이 볼 수 있겠지 했지만 이 큰 절에 스님들은 모두 어디에서 지내시는지 몇명 볼수 없다.
윗뜰로 올라가면 대적광전이라는 곳이 나온다. 그전에 눈에 띄는 것은 정중삼층석탑과 석등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석등이 약간 기울어진 듯하다. 석등은 부처님의 광명을 상징한다고 한다.
탑은 그 지역 재료에 따라 만든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돌이 많이 나는 나라인가 보다. 처음에는 부처님의 사리를 보관하는 곳으로 시작해서, 경전, 불상 등을 모시고 예경 하는 곳으로 발전했다. 이 탑은 해인사 창건 당시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석등
정중삼층석탑


이 윗뜰을 중심으로 많은 건물들이 있는데, 이 곳은 수행 및 예불하는 건물들이라고 안내되어 있다. 건물 내부에는 불상이나 그림들이 있었다. 건물 밖에는 연등이 빼곡히 설치되어 있었는데, 모두 불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소원 성취를 바라는 목적으로 설치된 것 같다. 건물 뒤편에도 연등이 있는데, 그곳은 아직 돈을 다 못 받았는지 연등만 있고 소원을 적어놓은 표시는 없었다. 불상 모양도 다 조금씩 달랐는데, 그런 것도 나처럼 잘 모르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가 되어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리고 불상 주변에 있는 신선들도 궁금했다. 또한 불상이 예배의 대상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불상의 손 모양도 내가 생각하던 손모양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 달랐다. 그 손모양도 각각의 어떤 의미가 있겠지? 그리고 불상 앞에는 어김없이 불전함이 있다. 아마도 예물을 바치라는 것일 것이다. 건물 입구에는 연등 접수처가 있다. 금액에 따라 연등의 크기와 위치가 달라진다.


대 비로전 뒤뜰로 이동하면 드디어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던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곳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팔만대장경은 모두 건물에 갇혀(?) 있었다. 직접 볼 수는 없고 줄 띠어진 바깥에 서서 나무 살 사이로 보관된 모습만 본다. 건물조차도 국보로 지정되어 빗물도 묻지 않게 관리되고 있었다.
이 대장경은 고려 고종 23∼38년(1236∼1251)에 걸쳐 간행되었다. 이것은 고려시대에 간행되었다고 해서 고려대장경이라고도 한다. 판수가 8만여 개에 달하며 인간의 8만 4천 번뇌에 해당하는 8만 4천 법문을 실었다고 하여, 팔만대장경이라고도 부른다. 팔만대장경을 만들게 된 동기는 고려 현종 때 거란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초조대장경을 만든 것에서 유래되었다.(나무위키에서 발췌)
팔만대장경의 내용은 나중에 한번 읽어보고자 한 권으로 읽는 팔만대장경 링크를 걸어 놓는다. 성경책보다도 내용이 많은 것 같다.
건물 중앙에 있는 방에는 스님 한분이 목탁을 치며 염불을 외고 있었다.
팔만대장경 목판 모형과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 소개는 입구에 전시되어 있다.


오랫동안 팔만대장경을 보고 싶었던 마음과 달리 잠깐 동안 갇혀있는 팔만대장경을 보고 나니 마음이 섭섭하다.
그래도 한번 보았으니,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것이고, 대장경 목판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과 만든 사람들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므로 나중에 시간을 꼭 내어서 내용을 읽어보도록 해야겠다.
비도 추적추적 오고 사람들은 많이 없고, 가야산 자락 맑은 공기에 몸과 마음이 회복된다.
비 내리는 한옥 처마 밑 풍경 모습이 아름답다.


장경판전에서 아래로 바라본 절의 모습들도 아름답고, 우리나라 한옥의 멋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지붕과 벽도 그냥 밋밋하게 해 놓지 않고 그림과 채색으로 아름답게 장식했다.


밖으로 나오다 보니, 장독들이 모여있는 식당이 보였다. 대 식구를 먹이려면 많은 장들도 있어야 할 것이다.


기념품도 팔지만 내게는 필요치 않아서 눈으로만 잠시 본다.


바깥뜰에도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가 있다. 해인사만 다녀가면 오만가지 소원이 다 성취될 듯하다.
그러나 그 소원은 그냥 들어주는 게 아닌가 보다. 소원지를 돈 내고 사야 한다. 누가 살까 싶었지만, 소원지 걸려있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사서 걸어 놓는 것 같다.


원래는 일주문을 통해 들어와야 하는데, 비가 와서 주차장을 잘 찾지 못해 옆으로 관람을 했다.
일주문에서 올라오는 길은 너무도 근사하다. 진짜 걷고 싶은 길이다.


일주문에서 봉황문에 다 달으면 사천왕도가 있는데 그 아래도 돈을 넣는 곳이 있다. 마치 소원의 연못(?)과 같다.


해인사 입구의 일주문과 표지석을 끝으로 해인사와 팔만대장경 여행을 마친다.


해인사를 다녀오며 느낀 점은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는데, 해인사뿐만 아니라 입장료 울타리 안쪽으로 많은 절들이 있었다. 마치 절 테마파크 같은 느낌이 든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모든 절을 다 보지도 못했고, 또한 절이 그 절이 그 절일 것 같은 생각에 해인사만 방문했다. 해인사 안으로 들어갔을 때도 매우 상업적인 느낌이 들었다. 기와, 소원지, 불전함 등등. 물론 불심이 높은 사람은 달리 생각할 수 있겠지만, 글쎄 잘 모르겠다.
대장경도 이제는 보전의 노력이 원래 만들어진 목적에 비해 그냥 보관된 건물만 보고 온다는 것은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은 다른 테마관광이 필요하다.

나와 같이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한번 보고 싶은 사람이 아니면, 관광으로는 그다지 큰 의미는 없을 듯하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고 하니, 그때 와서 저 아래 주차장에서 30분 정도 길을 걸어 올라오는 것은 추천할 만하고, 홍류동 계곡에 물놀이가 가능한지 모르겠으나 날씨 좋을 때 계곡 여행도 좋고, 날씨로 가야산을 오르지는 못했지만 가야산도 국립공원으로 괜찮을 것 같아서 다음 기회를 기약해 본다.

2020년 7월 22일 수요일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