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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창원둘레길(무학산둘레길 2구간 : 서원곡~중리역) 스탬프 투어 - 나단

나를단련 2021. 9. 24. 08:05

짧은 추석연휴를 마치고 이어서 휴가를 냈다. 휴가기간엔 무엇을 할까?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휴가를 낸 것이 아니라 지난번 둘레길 걷기를 이어서 해야겠다.

오늘은 지난번 무학산 둘레길 1코스에 이어서 2코스이다. 방법은 지난번과 같다. 종착지인 중리역까지 킥보드를 싣고 이동해서 차를 놔두고 킥보드를 타고 출발지인 서원곡으로 이동해서 킥보드는 세워두고 걷기시작 종착지까지 걸어와서 차를 타고 시작지점에 있는 킥보드를 다시 싣고 귀가하는 방법이다.

제목을 정할때 앞에까지는 운동이라고 적고 시작했는데, 휴가에 운동이라고 쓰기에는 조금 아쉬움이 있어서 여행이라고 다시 적어본다.
이번 둘레길 걷기는 운동보다는 여행에 가깝다.
홀로 걷는 여행...

그 여행보다도 어려운 것은 여행후 여행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책을 읽고 깊은 사유를 하고 그 사유를 글로 남기는 것처럼 여행도 눈, 귀, 코, 피부 등 온몸으로 느끼고 깊은 생각을 하고 그것을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또는 내가 다시볼때 마치 그 현장에 있는 것 처럼 기록해 낼까? 생각해보면 늘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잠깐 집중하며 끄적여본다.

인생에 동선을 줄여야 한다고 늘 생각한다. 그래야 부족한 자원을 최대한 아낄수 있고 나처럼 별로 가지지 못한 사람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럼에도 도착점에 차량을 주차시켜 놓는데는 늘 아쉬움이 있다. 조금더 도착지점에 가까이 세워두면 힘들때 덜 걸어도 되는데, 막상 주차등 여러가지 고려하다보면 조금은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다시 찬찬히 보면 가까이도 자리가 있었음을 깨닫지만 다시 돌아가서 차를 돌려 대기에는 늦은 감이 있어 그냥 지나쳐 버린다. 순간순간 선택에서 신중해야겠다.

어쨌는 햇살이 쨍쨍 내려쬐는 이면도로에 차를 얼른 세워놓고 출발전 인증샷을 찍고 마음속으로 회이팅을 외친다. '오늘도 안전하고 행복한 산행이 되길...' 그러나 아직 산행은 시작도 안했다. 킥보드를 타고 출발지역까지 이동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도착지에 차만 세워 놓아도 산행을 다 진행한 기분이다.

킥보드 타고 중리역에서 서원곡까지는 약 8킬로 3~4차선 차도 가장자리로 킥보드타고 이동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특히 가장자리에 서있는 차들과 승하객을 위해 정차하는 버스는 매우 위험하다. 그리고 이동로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다 보니 매우 긴장하며 이동하게 된다. 마지막 서원곡 입구는 경사가 높아 내려서 킥보드를 끌고 걸어가는 수고로움도 있었다.

지난번 무학산 둘레길 1코스 마치는 곳 길 건너편에서 2코스가 시작된다. 시작되는 입구에 킥보드는 자물쇠로 잘 걸어 놓았다.

늘 느끼는 것은 둘레길도 잘되어 있지만 이정표도 매우 잘 설치되어 있어서 나같은 초보산행자도 길을 잃지 않고 쉽게 찾아 이동할 수 있었으며, 또 예전에 내비게이션 처음 나왔을때 내비게이션 길안내를 믿고 서울 여의도 공원 벚꽃을 보기위해 처음 서울로 길을 나섰을 때 처럼 요즘엔 등산 앱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가 없이 의지하며 등산길을 나서게 된다.

늘 그렇듯이 렘블러 등산앱을 켜고, 밀리의 서재에서 빌려논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전자책을 들으면서 이동한다. 언젠가부터인지 전자책을 들으면서 혼자 몇시간 산행하는 것이 너무 편안하고 좋다.

창원둘레길의 장점중 하나는 스탬프투어이다. 스탬프북을 휴대하고 코스를 지나다보면 찍을수 있는 재미가 있고 다 찍으면 선물도 주니 특별한 성취감이 생긴다. 참고로 스탬프북은 창원시의 각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총무과에 가면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생긴 길들... 길은 한자로 도(道)라고 한다.
예전에 대학 캠퍼스에 도를 아십니까? 하며 접근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결국 인생의 길을 알려주고자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피식 웃어본다. 길은 길로 이어진다. 여러 모습의 길들.. 산길이 매력적인것은 보기에 계절별 장소별 다양하고, 딱딱하지 않고, 그늘져서 시원하다. 그런 여러 매력요소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찾는가 보다. 그럼 역시 내 인생길에 많은 사람을 만나려면 그 길에 매력이 있어야 할텐데, 내 인생길의 매력은 뭐가 있을까 하며 걷는다.
어쨌든 남다른 매력이 있어서 적당한 사람들이 함께 그 인생 길 위에서 행복하게 걷고 싶다.
그게 가족이 될수도 있고, 친구가 될수도 있겠지...

코스 시작부터 엄청 높은 고개가 시작된다.
사진을 위에서 아래로 찍었는데, 그 엄청 높은 공간감이 사진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걸 알았다.
그 길 끝에 서학사라는 절이 있는데, 와 절이 언제 지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올라오기가 만만치 않았겠다고 생각하며 힘겹게 올랐다.

편백나무숲 길을 지났다.

나무에는 이렇게 이름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이름표가 걸려 있다.

이번 둘레길 여행은 밤줍는 여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둘레길 코스내내 밤이 바닥에 떨어져서 줍는 재미가 더해진다. 그만큼 이동로상 밤나무가 많다. 지금은 철이 조금 지난것 같은데, 추석전에 왔었으면 싱싱한 밤이 둘레길에 가득했었으리라...

잠깐 주워 주머니에 딤았던 것을 가지고 간 배낙에 옮겨 담았는데, 밤이 풍년이다. 이후로도 계속 한두개씩 깨끗한 밤들을 주우면서 이동했다.

둘레길 가다보면 이런식으로 밤이 널부러져 있다. 그런데, 조금 시기가 지나고 엊그제 비가 내려 모두 싱싱한 것만 있지는 않다. 내년 가을엔 날짜를 잘 맞춰 온다면 밤좀 줍겠다.

성경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믿으며 집집마다 산당이라는 것을 놓고 다른 신앙생활을 하는 모습을 하나님이 싫어 하시는 것을 보는데, 전에 캄보디아에 가보니 집집마다 집앞에 양철 등으로 만든 산당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집에 신앙적으로 걸어놓고 붙여놓고 많았다는 기억이 있다. 그런데 산행을 하다보면 돌탑이 참 많다. 이런 돌탑이 그런 신앙적인 표현이겠지? 하며 지났다. 그리고 또 떠오른 것은 어떤 목사님의 유튜브 설교에서 본것인데, 태국사람들이 신앙심이 깊어서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돌뿌리에 발을 걸리면 그것은 어떤 특별한 영적인 기운(또는 신)이 자신을 끌어 발이 걸리게 했다고 생각하고, 돌에다 표시를 하고 가면 다름 지나가던 사람은 그 표시가 세겨진 돌을 보고 기도를 하고 간다 그래서 나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 돌을 신처럼 생각하게 되어 따로 모신다는 이야기를 들은게 생각난다. ㅎㅎ 웃기지만 웃을 수만 없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산 곳곳에도 이런 돌탑이 많이 있고 어떤 사람들은 돌탑에 기도도 하면서 다닐 수도 있으니까... 사회시간에 배운 단어를 빌리자면 샤머니즘, 토템이즘 등이다. 그만큼 우리 인간은 영적세계를 추구하는 존재이리라.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코스모스 꽃이 활짝 피었다. 꽃은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준다.

역시 가을이다.
하늘은 파랗게 높고 식물들의 초록은 선명하다.

나이든 어떤 사람들이 이름모를 들꽃에 감동을 느낀다더니 내가 나이들어 가나보다. 이런 작은 꽃들도 눈에 들어오고 창조주의 오묘함과 섬세함에 감동된다.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은 어김없이 밭을 갈아 먹고 산다. 이 가을철에는 그 밭 마져도 자연과 어울려 아름답다.

둘레길 곳곳에 사람의 노력이 엿보인다. 길도 물론이지만 각종 조형물과 또 물길을 잡아보려는 하천 보수공사는 놀랍기 그지없다.

이동하던 중 화장실 안내판을 만났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갈 안내 판인데 노상방뇨 금지 문구 앞에 그림이 눈에 거슬린다. '아~ 노상방뇨는 남자들이 주로 하는구나ㅋ'

길은 자연에서 사람들이 사는 공간으로 이어졌다가 다시 자연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형태가 들어난다.

아래 보이는 돌 벽은 예전 마산시에 사용되던 배수로 뚜껑으로 만든 돌 벽이라는 안내를 보고 새롭게 알았다. 그냥 무심코 지나쳤던면 그냥 만들어진 돌벽이라고 생각했을텐데 그런 내용을 적어두고 또 읽어 보니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창원시 둘레길 또는 등산로 입구에는 이렇게 편의시설들이 설치되어 있어 활용하기 좋다. 해충을 쫒기 위해 해충 기피제 와 바람 분사기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오늘따라 이동로상에 모기가 따라붙어 귀에서 윙윙거려 해충 기피제를 뿌리고 이동한다.

무학산 둘레길 2코스는 광명암이라는 절 앞에서 한번 끊고 다시 등산로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따라서 거리가 너무 길 때는 중간중간 끊겨있는 도로를 통해 등산로 입구를 찾아 둘레길을 이용하는 방법도 매우 유용할 듯 하다.

드디어 내가 찾던 스탬프 포스터가 앞에 보인다.

이곳에서 전방으로 마산 회성동 일대가 눈에 들어온다.

다음 포스터는 천주산 누리길 이동 노상에 있다.

스탬프를 찍고 잠시 땀을 식혔다가 걸음을 재촉한다.

역시 오늘은 이동로 상에 밤송이가 많이 떨어져 있다. 지나가다가 깨끗하게 떨어진 알밤은 한 두개 주워 주머니에 넣으면서 이동한다.

이렇게 낙엽이 많이 깔린 도로는 너무 느낌이 좋다 낙엽을 밟는 사각 사각 하는 그 소리 다른 곳에서는 느껴 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편백 숲을 지날 때면 가슴이 뻥 뚫리고 폐가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한참 이동하다가 기존 등산로 둘레길이 사유지를 지나가게 되어 있는데 최근 그 사유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마을과 다른 둘레길로 우회하도록 되어있었다. 도로는 걷기에 좋았으나 햇볕이 가려지지 않아 덥고, 이 구간에서 좀 탔다.

이 도로는 중리로 연결되는 도로인데 기존에 기차 선로가 있었던 것 같다. 길 양쪽의 꽃들을 심어놓아 꽃길을 걸어가는 코스이다. 그런데 구간이 생각했던 것보다 길어 꽤 더웠다.

이동하던 중 개인 주택 앞에 전기차 충전소가 눈에 띄어 한 컷 찍고 간다.

다시 등산로로 접어드니 살 것 같다. 정말 시원하다.

우회로로 돌아가는 코스는 기존 코스보다 2~3 km 더 늘어난 것 같다. 아래 사진은 저수지 뚝방을 지나가는 길인데, 저수지 안에 물은 다 말라 버렸다.

둘레길 탐방을 마치면 중리역 입구로 끝이 난다.

내 차를 세워 놓은 곳으로 돌아오니 주인을 잘 기다리고 있다.

집에 와서 가방에 담은 밤을 쏟아 보았다. 꽤 많이 담아 왔다. 그런데 밤이 너무 잘아 상품이 되지는 않겠다.

오늘은 길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늘 같은 생각이지만 홀로 걷는 긴 여정에 둘레길은 많은 생각을 해 보게 한다. 나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갈 것인가? 앞으로도 많은 선택 속에서 좋은 선택을 하며 나가길 바래본다.

2021. 9. 23.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