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운동 : 창원둘레길(무학산 둘레길 1구간) - 나단

나를단련 2021. 9. 6. 11:20

지난번 작대산을 오르다가 점점 체력이 떨어져가는 내 자신을 돌아보며 문득 한라산을 올라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라산은 대학때 수학여행에서 정신없이 줄서 오른 기억은 있지만 어떤 감동도 남아있지는 않다.
왜 한라산을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었을까?
작년에 지리산을 올라가고 정상에서 느끼는 기쁨과 성취감이 생각났다. 그래서 더 나이들어 체력이 떨어지기전에 한라산 생각이 났었나보다.

그렇다고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그냥 올라가긴 힘들것 같아서 일주일간 어떻게 할까 생각해보던중 창원둘레길 스탬프투어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스탬프를 찍는것을 목적으로 가장 단거리를 정해 스탬프만 찍어서 전체적인 풍경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라산 등반 준비도 할겸 전체적인 창원둘레길을 몸으로 느끼고자 매주 토요일에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한구간씩 해보기로 했다.

순서는? 이쪽저쪽 막하기는 의미가 약해질듯 해서 이번에는 출발지점인 무학힌 둘레길 1코스부터 순서대로 시작해보기로 한다. 그리고 구간을 왕복으로 걸어가면 노력에 비해 구간이 짧아지다보니 편도로 이동하기로 하고 그 이동하는 방법은 내 차에 킥보드를 싣고 도착지점에 차량을 주차해 놓고 킥보드로 시작지점까지 이동하여 킥보드는 시작지점에 세워놓고 둘레길을 걸은후 도착지점에서 차량을 타고 다시 출발지점에 있는 킥보드를 싣고 귀가하는 방법으로 정했다.
방법을 구상하면서 킥보드를 먼저 놓고 갈까 차를 먼저 놓고 갈까 하다가, 둘레길 종주 후 다리가 풀릴 수도 있으므로 차를 도착점에 놓고가는 방법을 택했다.

도착지점인 서원곡 유원지에 둘레길 도착지점 가장 안전하고 차를 세워 놓고도 안심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주차후 싣고간 킥보드를 펼쳐 이동 준비를 하고 사진을 찍어본다.
이동시간이 꽤 걸리면서 오후에는 다른 일정이 있기에 마음이 다소 바빴다.

킥보드로 이동거리는 약 6km가 넘었고, 이동로는 편도 3차로 도로의 가장자리를 이용해서 이동했는데 특별히 위험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헬멧을 쓰고 킥보드를 타고 약간 흐린날씨에 쌩 내달리니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휘돌아 감는 느낌이 좋았다. 도착은 밤밭고개라 불리는 율곡삼거리인데, 뒤를 돌아보니 '무학산 둘레길 시점'이라는 안내판이 선명하게 보인다. 낯설은 지역에 안내간판은 정말 반갑다.
킥보드는 접어서 적당한 곳에 자물쇠로 묶어두고 가벼운 차림으로 이제부터 둘레길 여정을 시작한다.

이곳이 시작지점인데 다음에 혹시 다시오게 되면 킥보드를 저기 계단 다리 밑에 묶어 두어야겠다고 생각하며(지역을 잘 몰라서 킥보드 묶어놓은 곳이 저기보다 덜 만족스러웠다) 출발했다.

시작은 대나무 숲 오솔길이다. 바닥은 조금 축축히 젖어 있었으며, 날파리 등 벌레가 없어서 좋았다.

어느덧 이동하다보면 이동로 사이사이로 이렇게 마산의 유명한 합포만이 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배들도 여러척 떠있다. 호수와 같은 합포만 언제 바라보아도 아늑한 느낌을 받는다.

밤은 언제 열리는가 생각도 못했었는데, 벌써 밤이 많이 열렸나보다. 이동로 상에 밤나무가 여러그루 보였는데, 밤은 다 까서 주워가고 저렇게 껍데기만 수북하다. 어떤 아주머니들은 비닐봉지를 들고 밤을 줍고 있었다.

어떤 지역은 이렇게 야자매트로 이동로를 정비해 두었다. 이렇게 높낮이가 크지않은 잔잔한 등산로는 정말 좋다.

추석이 가까워 벌초나온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건너편에서는 오토바이도 세워져 있는 것을 보니 차량 접근로가 따로 있는가 보다. 위 산소는 벌초후 깔끔하게 정리된 것을 사진에 담아간다.

이제 만날고개쯤 가면 다시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길이 생기는데, 이곳에는 운동하기 위해 터를 닦아놓은 장소가 있고, 운동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여기는 이동로가 조금 헷갈려서 찍어보았다.

이렇게 한 구간(밤밭고개~만날고개)이 마무리 되는 것 같다. 이 문을 나가면 만날고개 공원도로이고 도로아래는 길을 잘 찾으라고 친절하게 이동로가 표시되어 있다.

공원안내 표지석이 근사해서 찍어간다.
만날고개 이야기는
고려시대에 어느 집안형편이 어려워진 양반가문에 딸이 친정을 위해 돈을 받기로 하고 부자집 장애가 있는 남자와 결혼을 한다. 그런데 몇년후 남편과 친정에 가게 되는데 남편은 고개에서 기다리고 아내만 다녀오라고 한다.
그런데 처지를 비관한 남편은 죽고, 아내만 청상과부로 살아가다가 추석어간에 친정 어머니가 보고싶어 고개에서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마침 친정어머니도 딸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여 시댁으로 향하다가 고개에서 만나 기뻐했다고 한다. 그날 이후 딸과 어머니는 해마다 추석에 이 고개에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며 기쁨을 나눴다고 하여 '만날고개'라고 하고 요즘에도 추석에 만날고개 상봉행사를 하곤 했었는데, 최근 코로나로 행사가 중지된 상태이다.

만날고개에서 다시 시작되는 둘레길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첫번째 스탬프 포스터가 나온다. 여기서 스탬프 북에 스탬프를 찍고 물한잔 마시고 계속 나아간다.

이동로상에 어떤 사람이 일구어 놓은 밭에 토란이 군락을 이루며 잘 자라고 있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추석날 아침에 끓여주신 토란국을 먹던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낙엽 떨어진 흙길이 좋아지는 나이가 되었다. 군대생활때는 나가면 등산은 하지 말아야지 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이 변해간다.

여기서는 저 멀리 마창대교가 시원하게 보인다.

이런길이 내가 좋아하는 길이다.

졸졸졸 개울의 작은 폭포와 물소리도 좋다.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 쓰기가 쉽지 않다. 쓰고 이동하면 땀차고 숨차고... 그래서 귀에 걸고 사람들과 만날때만 쓰고 가다보니, 언제 떨어졌는지 귀에 없어서 몇십미터 뒤로 뛰어가 떨어뜨린 곳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본다. 그 뒤로는 손에 꼭 들고 이동했는데, 다음에 산에 갈때는 목걸이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은 밭이 조성되어 있다. 마치 밭에도 아파트 처럼 동호수가 있는 것 같다.

중간지점쯤 이동했을때 도로가 나오고 화장실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잠시 볼일보고 계속이동.

서원곡에 다다를 수록 무학산 골짜기가 깊어져서 좋은 계곡들이 나타난다.

어느 집 담을 끼고 이동하다가 너무 잘 손질된 잔디를 보고 사진에 담아간다. 나중에 이런 집에서 실아볼까? 하다가 이런집은 많은 부지런함이 요구될 듯 하여 일단 생각을 접는다.

서원곡의 무학산 둘레길 1코스 마지막 지점에는 넓은 공터가 있다. 그리고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등산을 끝으로 내차가 주차된 곳으로 이동하다보니, 차가 신기하다고 들여다보는 등산객들이 있어서 사진에 담는다. 차를 바꾸고 나서 이렇게 신기하다고 쳐다보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ㅋㅋ

다시 킥보드 싣고 귀가하기 위해 시작지점에 왔다간다.

이동할때는 램블러 앱을 켜고 이동하여 기록으로 남겼고 전자책을 들으면서 걸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다리가 뻐근하지만 좋은 기분이 든다.
2021. 9. 4. 토요일